70년 된 구옥을 고쳐 만든 

김소영의 작업 공간인 '글씨당'

2021년 2월부터 현재까지의 기록입니다.


'Geulseedang' 

Kim So-young's workspace in a renovated 70-year-old building Here is a record of the period from February 2021 to the present.



2022년 12월 4일 글씨당


처음 글씨당 지을 때 키가 아주 작은 소철 나무를 마당에 심었었는데 이 녀석이 무럭무럭 자라 기쁘지만 폭풍 성장하는 바람에 옆에 심은 대나무를 침범하고 대문까지 넘을 기세다. 나는 이 나무를 좋아한다. 우선 대문 열자마자 반겨준다. 마치 문 앞에서 마중하는 것 같달까. 게다가 몸통에 가시처럼 사방 두른 나무껍질은 투박하고 삐쭉 삐쭉 초록 이파리는 어찌나 억센지 옆에 가서 닿으면 알면서도 앗 따가 하면서 움찔거릴 만큼 따갑고 강하다. 이런 거친 매력에 안 빠질 수가 있나(?) 매년 월동할 때 잎을 잘라냈는데 올해는 왠지 무성하게 제멋대로 자란 이 삐죽 이파리들을 도무지 잘라내질 못하겠다. 매년 자를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민둥한 몸뚱이만 남은 소철나무는 어딘가 서글프다. 어차피 매년 초여름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자라나지만. 그냥 두고 싶다. 이제 3년 차니 이대로 몸통만 감싸줘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