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한글은 국경이 없다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취지로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대체해서 쓰는데 나는 이것이 참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무분별한 외래어의 사용은 당연히 자제하는 것이 맞지만,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외래어마저 순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것은 오히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소통마저 불편하게 만들면서 어색한 상황을 만들고 심지어는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한 근본 이유는 소리와 글자의 일치로 누구나 배우기 쉽고 읽고 쓰기가 편리하게 하여 널리 이롭게 소통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중국말이나 미국말을 빼고 순우리말만 가려 쓰라 하시지 않았다. 한글은 기본적으로 널리 쓰라고 만든 문자다.
순우리말 또는 고유어는 한국어의 단어에서 한자어나 외래어,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 고유의 계통이라고 여겨지는 낱말을 가리킨다. 사실 우리는 순우리말만을 사용하여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것을 하겠다고 한글운동을 하는 것은 한자어는 물론이고 외래어를 모두 배제한 어색하고 우스운 대화를 강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지나친 줄임말을 만들어 의사소통의 양극화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로 우리 말과 글에 혼동을 주는 것이다. 지나친 외래어 사용 자제의 한 예를 들겠다. 누구나 흔하게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단어를 순우리말 표현이라며 ‘누리소통방’이라고 바꿔 쓴다.
물론 좋은 뜻으로 순우리말을 적극 사용하려는 시도이지만 나는 처음에 이 단어가 무얼 뜻하는것인지 조차 가늠하지 못했다. 모든 사람이 카카오톡이라고 부르는 것을 구태여 순우리말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 한글 사랑일까?
부자연스러운 순우리말로 어색하게 바꾸어 부르는 활동은 도리어 순우리말에 대한 반발심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름답고 예쁜 순우리말은 써야하는 목적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지나친 순우리말 강요는 한글을 고립시키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말은 우리의 문화 그 자체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 자장면이라는 표준어가 ‘자장면'이 아니라 대중이 공감하고 진짜로 자주 사용하는 ‘짜장면'이라고 바뀌게 된 것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으레 자연스럽게 발전해왔다.
전세계와 초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이런 보편적 현상과 변화는 어쩌면 한글이 세계화 되어가는 발전의 한 과정으로 기록될 지 모른다.
한글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널리 이롭게 쓰이길 바란다면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외래어를 무조건 강력히 억제하거나 배제하기 보다 외래어를 쓰임에 맞게 관리하고 융합된 문화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면서 한글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한글의 세계화가 아닐까.
언어와 문화가 섞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전세계가 손쉽게 연결되는 세상,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왕래가 자유로운 시대다.
외래어의 한글 표현은 외국인들이 한글을 쉽게 접하고 인식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말의 보전과 발전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버렸으면 좋겠다.
한글은 국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