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님이 Roma, Italia에 있습니다.
2022년 12월 8일

<로마 일기>
로마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꿈꾸던 도시였다.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수많은 작품의 근본이 되고 영감이 되는 곳. 항상 마음속 0순위의 도시, 로마.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로마 시내부터 바티칸까지 장장 11시간 동안 투어했다. 콜로세움을 시작으로 팔라티노 언덕 판테온 트레비 분수를 봤다. 지금 비수기라 생각보단 사람이 적어 쾌적했다.
교과서에 보던 작품들이 흔하게 전시되어 있는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두 거장들의 천재성과 예술성에 감탄하게 되는 바티칸 투어.
아테네학당,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최후의 심판, 성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까지. 바티칸의 장엄하고 화려한 건축과 미술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다.
교회를 믿진 않지만 교회를 위해 마음 모아 이 모든 것들을 탄생시킨 인간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없었다면, 인간이 신을 믿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신은 인간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고 소재가 되었으며 시대의 삶 그 자체였다.
과학이 없던 시절 나약하고 불안한 인간의 마음을 잠재우고 안정시킨 것은 약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성직자들과 성경, 신이었으니까. 신 중심의 세상에서 탄생한 예술의 극치.
인간이 중심인 지금 이 시대의 극치는 무엇일까?
로마에는 시대의 마음과 의지가 곳곳에 담겨있다. 그것을 느끼는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투어가 값지다.
이 시대의 건축과 미술 그리고 예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향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김소영님이 김지우님과 Roma, Italia에 있습니다.
결혼 2년차 부부의 로마.
오랜만에 남편이랑 노니까 좋다.

김소영님이 Rome, Italy에 있습니다.
2022년 12월 9일

<로마 일기 2>
오늘은 로마의 공휴일이다. 그래서 지하철 버스가 모두 무료인데 어제와 달리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 이동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정말 틈도 없이 사람들이 밀집된 거리에서 길 찾느라 구경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대체 무슨 날이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지 검색해 보니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란다.
이름도 길지. 하긴 신 중심의 문화가 뿌리 깊은 이곳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둔 현지의 들뜸과 마리아 기념일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어제 투어로 꽤나 이해됐기에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곳곳의 트리와 크리스마스 장식 오브제를 잔뜩 사 가는 사람들이 흔하게 눈에 띈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아저씨들은 곳곳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다.
이쯤 되니 나도 신을 믿고 싶어지더라. 저들과 함께 찬양하고 싶고 음식을 나눠 먹고 싶더라.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교회에 가고 싶더라. 사람 마음 참 신기하지.
한참 걸어 다리가 뻐근할 때쯤 도착했을까. 현지인들도 줄 서서 먹는 맛집 토나렐로라는 곳에서 40분을 웨이팅 하고 라자냐와 카르보나라 미트볼 아티초크와 양고기를 먹었다. 사실 기다림에 비해 맛은 상대적으로 평범했고 오히려 식후에 에스프레소와 티라미수가 정말 맛있더라.
나보나 광장까지 쭉 걸어갔다. 광장은 말 그대로 시장이 따로 없다. 사람들로 꽉 차 구경거리가 없어도 재밌다.
헤이즐넛 젤라또를 먹으면서 분수대 앞에 기대앉아 시간을 보낸다. 로마에서 하루 한 번 젤라또를 먹는다. 한국에서 먹던 것과 쫀득함과 밀도가 다른 찐 젤라또. 정말 너무 맛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는 말 그대로 이탈리안들과 다닥다닥 엉켜붙어 겨우 갔다. 방에 도착하니 기절하듯 신 벗고 뻗었네.
로마 극기훈련이 따로 없지만 걸음마다 눈길마다 담기는 이곳의 정취가 보람차다. 힘든 여정은 언제나 값지다.
김소영님이 Positano, Italia에 있습니다.

어딜가나 통하는 한복 스타일.
이탈리아는 겨울이라 한복을 챙길까 말까 하다가 비교적 편한 꽃무늬 허리 치마를 챙겨왔다. 포지타노 해변에서 입고 싶었다.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나폴리를 보려고 이탈리아 남부를 투어했다. 비록 날이 흐려 쨍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에메랄드빛 바다와 절벽을 둘러싼 아름다운 건물들은 거대한 그림 같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해안도로를 보며 자연스럽게 강릉의 헌화로가 떠오른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도.
곱게 꾸미고 나가니 가는 곳마다 차와 벨로~ 하면서 엄지 척을 해준다. 레몬 셔벗을 먹으러 들어간 상점에서는 주인이 사진까지 찍자고 하더라. 이탈리아 사람들이 달콤한 말을 그렇게 잘 해준다는데 막상 듣고 겪어보니 기분이 좋더라.
여기 사람들은 확실히 옷을 잘 입는다. 개성 있다. 색깔도 다양하게 입고 디자인이나 스타일도 어떤 유행을 따르는 느낌이 아니라 본인만의 정체성이 느껴지게 입는달까.
나이 든 사람들도 보라색 새틴 점퍼를 멋지게 소화하고 70대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은색 머리를 짧게 커트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롱부츠를 신고 다닌다. 마주 걸어가는 길에서 지나가는 그 뒷모습을 한참 서서 봤다. 너무 멋있어서.
패션에 자부심 있는 이곳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예쁜 말 들으니 기분 좋네. 한복 몇 개 더 챙겨 올 걸 그랬나.
김소영님이 Duomo Di Firenze에 있습니다.
2022년 12월 12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렌체

피렌체 두오모 광장에서 애국가 퍼포먼스.
동해물과 백두산을 그려 넣어 이른 아침 두오모 앞에서 애국가를 써본다. 외국에 나오면 더욱 차오르는 국뽕(?)
숙소가 두오모 바로 앞이라 그냥 지나칠수 없어 붓을 꺼내 들었다. 전날 비가와서 축축한 땅에 돌길이라 거친 노면에 쓰기가 참 어려웠다.
체크아웃 하기 전에 얼른 하고 가려고 아침 아홉시쯤 나선 이른 시간이었는데 어디서 나타나셨는지 여기 저기서 한국에서 오신 여행자들이 반가워하시며 모여들었다.
먼 타국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 하나로 기쁜 사진을 찍어 남긴다.
유별난 아내 만나서 여행중에 고생하는 남편에게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김소영님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밀라노에 있습니다.
2022년 12월 19일

로마 나폴리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까지 2주간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고대 도시(로마), 중세도시(피렌체), 물의 도시(베니스), 현대 도시(밀라노)를 오가며 몇 천년의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제대로 체험하며 하루하루 꿈과 생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기차 타고 배 타고 비행기 타고 택시도 타고 온 도시를 누비면서 만끽했다. 대부분은 발 딛고 걸었다. 눈 닿는 모든 것이 낯설고 즐거웠다.
어느 것에도 엮여있지 않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마음 편하게 뚜벅뚜벅 걷기만 해도 신난다.
여행은 책으로 읽고 사진으로 보던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현실이다.
타국의 생소한 풍경과 사소한 문화적 특징들을 마주하며 그 속의 사람들과 섞일 때면 내 안에 존재하는 여러 개의 문이 한꺼번에 열린다.
열린 문으로 기존의 것과는 다른 정보와 생각 이미지들이 밀려와 새로운 나를 만든다. 기존에 알던 것들도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스며든다.
그래서 여행하는 삶은 언제나 새롭고 성장하는 거겠지.
여유가 된다면 틈틈이 여행하며 살고 싶다. 언제나 새뜻한 마음으로 삶을 마주할 수 있도록.

김소영님이 Roma, Italia에 있습니다.
2022년 12월 8일
<로마 일기>
로마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꿈꾸던 도시였다.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수많은 작품의 근본이 되고 영감이 되는 곳. 항상 마음속 0순위의 도시, 로마.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로마 시내부터 바티칸까지 장장 11시간 동안 투어했다. 콜로세움을 시작으로 팔라티노 언덕 판테온 트레비 분수를 봤다. 지금 비수기라 생각보단 사람이 적어 쾌적했다.
교과서에 보던 작품들이 흔하게 전시되어 있는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두 거장들의 천재성과 예술성에 감탄하게 되는 바티칸 투어.
아테네학당,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최후의 심판, 성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까지. 바티칸의 장엄하고 화려한 건축과 미술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다.
교회를 믿진 않지만 교회를 위해 마음 모아 이 모든 것들을 탄생시킨 인간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없었다면, 인간이 신을 믿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신은 인간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고 소재가 되었으며 시대의 삶 그 자체였다.
과학이 없던 시절 나약하고 불안한 인간의 마음을 잠재우고 안정시킨 것은 약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성직자들과 성경, 신이었으니까. 신 중심의 세상에서 탄생한 예술의 극치.
인간이 중심인 지금 이 시대의 극치는 무엇일까?
로마에는 시대의 마음과 의지가 곳곳에 담겨있다. 그것을 느끼는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투어가 값지다.
이 시대의 건축과 미술 그리고 예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향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김소영님이 김지우님과 Roma, Italia에 있습니다.
결혼 2년차 부부의 로마.
오랜만에 남편이랑 노니까 좋다.
김소영님이 Rome, Italy에 있습니다.
2022년 12월 9일
<로마 일기 2>
오늘은 로마의 공휴일이다. 그래서 지하철 버스가 모두 무료인데 어제와 달리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 이동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정말 틈도 없이 사람들이 밀집된 거리에서 길 찾느라 구경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대체 무슨 날이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지 검색해 보니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란다.
이름도 길지. 하긴 신 중심의 문화가 뿌리 깊은 이곳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둔 현지의 들뜸과 마리아 기념일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어제 투어로 꽤나 이해됐기에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곳곳의 트리와 크리스마스 장식 오브제를 잔뜩 사 가는 사람들이 흔하게 눈에 띈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아저씨들은 곳곳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다.
이쯤 되니 나도 신을 믿고 싶어지더라. 저들과 함께 찬양하고 싶고 음식을 나눠 먹고 싶더라.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교회에 가고 싶더라. 사람 마음 참 신기하지.
한참 걸어 다리가 뻐근할 때쯤 도착했을까. 현지인들도 줄 서서 먹는 맛집 토나렐로라는 곳에서 40분을 웨이팅 하고 라자냐와 카르보나라 미트볼 아티초크와 양고기를 먹었다. 사실 기다림에 비해 맛은 상대적으로 평범했고 오히려 식후에 에스프레소와 티라미수가 정말 맛있더라.
나보나 광장까지 쭉 걸어갔다. 광장은 말 그대로 시장이 따로 없다. 사람들로 꽉 차 구경거리가 없어도 재밌다.
헤이즐넛 젤라또를 먹으면서 분수대 앞에 기대앉아 시간을 보낸다. 로마에서 하루 한 번 젤라또를 먹는다. 한국에서 먹던 것과 쫀득함과 밀도가 다른 찐 젤라또. 정말 너무 맛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는 말 그대로 이탈리안들과 다닥다닥 엉켜붙어 겨우 갔다. 방에 도착하니 기절하듯 신 벗고 뻗었네.
로마 극기훈련이 따로 없지만 걸음마다 눈길마다 담기는 이곳의 정취가 보람차다. 힘든 여정은 언제나 값지다.
김소영님이 Positano, Italia에 있습니다.
어딜가나 통하는 한복 스타일.
이탈리아는 겨울이라 한복을 챙길까 말까 하다가 비교적 편한 꽃무늬 허리 치마를 챙겨왔다. 포지타노 해변에서 입고 싶었다.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나폴리를 보려고 이탈리아 남부를 투어했다. 비록 날이 흐려 쨍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에메랄드빛 바다와 절벽을 둘러싼 아름다운 건물들은 거대한 그림 같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해안도로를 보며 자연스럽게 강릉의 헌화로가 떠오른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도.
곱게 꾸미고 나가니 가는 곳마다 차와 벨로~ 하면서 엄지 척을 해준다. 레몬 셔벗을 먹으러 들어간 상점에서는 주인이 사진까지 찍자고 하더라. 이탈리아 사람들이 달콤한 말을 그렇게 잘 해준다는데 막상 듣고 겪어보니 기분이 좋더라.
여기 사람들은 확실히 옷을 잘 입는다. 개성 있다. 색깔도 다양하게 입고 디자인이나 스타일도 어떤 유행을 따르는 느낌이 아니라 본인만의 정체성이 느껴지게 입는달까.
나이 든 사람들도 보라색 새틴 점퍼를 멋지게 소화하고 70대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은색 머리를 짧게 커트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롱부츠를 신고 다닌다. 마주 걸어가는 길에서 지나가는 그 뒷모습을 한참 서서 봤다. 너무 멋있어서.
패션에 자부심 있는 이곳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예쁜 말 들으니 기분 좋네. 한복 몇 개 더 챙겨 올 걸 그랬나.
김소영님이 Duomo Di Firenze에 있습니다.
2022년 12월 12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렌체
피렌체 두오모 광장에서 애국가 퍼포먼스.
동해물과 백두산을 그려 넣어 이른 아침 두오모 앞에서 애국가를 써본다. 외국에 나오면 더욱 차오르는 국뽕(?)
숙소가 두오모 바로 앞이라 그냥 지나칠수 없어 붓을 꺼내 들었다. 전날 비가와서 축축한 땅에 돌길이라 거친 노면에 쓰기가 참 어려웠다.
체크아웃 하기 전에 얼른 하고 가려고 아침 아홉시쯤 나선 이른 시간이었는데 어디서 나타나셨는지 여기 저기서 한국에서 오신 여행자들이 반가워하시며 모여들었다.
먼 타국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 하나로 기쁜 사진을 찍어 남긴다.
유별난 아내 만나서 여행중에 고생하는 남편에게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김소영님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밀라노에 있습니다.
2022년 12월 19일
로마 나폴리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까지 2주간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고대 도시(로마), 중세도시(피렌체), 물의 도시(베니스), 현대 도시(밀라노)를 오가며 몇 천년의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제대로 체험하며 하루하루 꿈과 생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기차 타고 배 타고 비행기 타고 택시도 타고 온 도시를 누비면서 만끽했다. 대부분은 발 딛고 걸었다. 눈 닿는 모든 것이 낯설고 즐거웠다.
어느 것에도 엮여있지 않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마음 편하게 뚜벅뚜벅 걷기만 해도 신난다.
여행은 책으로 읽고 사진으로 보던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현실이다.
타국의 생소한 풍경과 사소한 문화적 특징들을 마주하며 그 속의 사람들과 섞일 때면 내 안에 존재하는 여러 개의 문이 한꺼번에 열린다.
열린 문으로 기존의 것과는 다른 정보와 생각 이미지들이 밀려와 새로운 나를 만든다. 기존에 알던 것들도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스며든다.
그래서 여행하는 삶은 언제나 새롭고 성장하는 거겠지.
여유가 된다면 틈틈이 여행하며 살고 싶다. 언제나 새뜻한 마음으로 삶을 마주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