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싱가폴 일기> 2023
<싱가포르 일기>
우거진 도시, 건물은 마치 정원 속에 심어놓은 모형 같다. 나의 공간에 애지중지 들여놓은 실내 식물들이 거짓말처럼 길거리에 천배 만 배쯤 확대된 크기로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모습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울창해서 기막히다.
도시 자체가 아름다운 온실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숲이 곳곳에 걸음마다 건물 틈마다 층마다 벽마다 시듦 없이 푸르게 자리하고 있다.
너무 덥죠?라고 물으며 생수를 건네는 현지 스태프에게 말했다. ”저는 싱가포르의 날씨가 좋아요.“
정말 습하고 무더운 싱가포르의 날씨가 좋았다. 숨이 차오를 듯 벅차게 강렬한 뜨거운 한때를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따뜻하고 오히려 편안했다.
한국에서는 한여름을 제외하곤 항상 춥고 서늘함을 느낀다. 이유는 모른다. 그래서인지 무더운 더위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건축물, 점잖고 다정한 사람들, 울창하고 푸른 거리, 깨끗한 길.
무엇보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아서 좋았다. 물가가 비싸긴 해도 대부분의 음식이 재료도 좋고 맛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거리에서 땀 흘리며 줄 서서 기다려 먹은 망고 디저트였다. 망고의 맛이 한국에서 먹는 것과 아지 다르다. 달디 달고 부드럽다.
또 래플스 호텔의 랍스터 버거와 카야 팬케이크가 별미였고 커피 맛이 훌륭했다. 무엇보다 이곳 정원의 하늘색 분수대와 거대한 식물 사이를 걸었던 산책이 좋았다.
리버 크루즈를 타려고 예매했는데 구글맵 지도에 다른 곳이 찍혀 있어서 위치를 한참 헤매다가 결국 배를 못 탔다. 함께 간 멤버들과 쪼리 신고 그 더운 날씨에 등이 흠뻑 젖도록 달리기를 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기막히고 웃겨 죽겠다.
환불이 안돼서 돈은 잃었지만 다 큰 어른 일곱 명이 우르르 강 건너 다리 건너 달리기를 하며 잊지 못할 청량한 추억 하나를 얻었으니 족했다.
세계를 압축해 놓으면 이런 느낌일까? 온 세계의 모든 인종과 문화가 두루두루 알맞게 섞여 있다. 낯설까 하면 익숙하고 익숙한가 하면 낯선듯한 미묘한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