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워싱턴 일기 <2024>

워싱턴 일기



비행기에 몸을 구겨 넣고 14시간을 날아왔다. 비 내리는 공항, 캐리어 세 개, 배낭 하나, 우산을 쓰기엔 사치스러워서 몇 방울 내리 맞으니 금방 머리가 떡진다. 대충 털고 힘차게 걷는다.



숙소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한숨 자고 나와 근처를 걸었다. 얼마 만의 가벼운 걸음인지 숨 쉬는 것조차 즐겁다. 걷다 보니 예약된 레스토랑 앞이다.



초대받은 자리에서 처음 먹어 본 달팽이가 정말 특별했다. 현지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고마운 배려와 대접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관자 스테이크와 함께 먹었는데 관자도 훌륭했지만 달팽이 요리는 잘 우린 향 좋은 능이버섯을 먹었을 때의 짜릿한 맛과 비슷했다. 고단백 저지방의 영양까지 완벽하다.



뉴스에서만 보던 국회의사당, 워싱턴 기념탑, 링컨 기념관까지 직접 딛고 보고 맡아보니 미디어나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 반갑게 떠오른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 영화를 물을 때면 늘 ‘포레스트 검프’를 말했었다. 다섯 번도 넘게 봤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좋다. 그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의 상징적인 장면들이 떠오른다.



장면들이 곳곳에 묻어 현재의 시점에서 또 다른 기억이 된다.






워싱턴 일기2



1. 워싱턴 주미대사관의 초청으로 국경일의 날 리셉션에서 오프닝을 장식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꾸준히 진행하는 한글 이름쓰기 이벤트도 함께했다. 



2. 나는 사실 외교관을 처음봤다. 대사나 공사 영사 서기관 등의 호칭이나 직급으로 구분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3. 워싱턴에서 만난 외교관들이 참 멋졌다. 신사적이고 듬직하고 뭐랄까 표현하자면 킹스맨의 실사판 느낌



4. 확실히 미국은 리액션에 관대하다. 뉴욕에서도 그랬고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느꼈고 워싱턴에서 한 번 더 경험한다. 그 눈빛과 환호는 감사했고 짜릿했다. 



5. 외국인들이 길게 줄 서서 받아가는 글씨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인, 배우자, 그리고 그의 아이들 이름.



6. 길에서 맨홀 뚜껑에 걸려 넘어질 뻔 했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괜찮냐며 어찌나 스윗하게 안부를 물어오는지 미국인의 특징 같은데 정말 다정스럽고 사려깊다. 따뜻해.



7. 3일 내내 가던 브런치 가게의 이름은 ‘Say Cheese' 캘리포니아 오믈렛과 웨이프로틴 프로틴 쉐이크를 매일 먹었다. 



7. 거리가 어찌나 깔끔한지 워싱턴은 뭔가 더 치밀하고 정갈한 능낌. 간판마저 아름답다. 



8. 워싱턴 물가는 한국의 딱 2배 더라. 갑자기 가난해짐.



9. 정말 놀라운 것은 아침이건 밤이건 며칠 내내 비가 내려도 거리에 조깅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다들 비 맞으면서 경쾌하게 뛴다. 우산 쓰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 워싱턴... 독하다. 반성했다. 나도 이제 운동에 핑계대지 말아야지. 



10. 후회없이 미련없이 맘껏 쏟아 붓고 발산하며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홀로 타국에 나와 느끼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 돌아가면 곁에 있는 이들에게 더 잘해야지.



하얗게 불태운 짧지만 강렬했던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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