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샌프란시스코 일기 <2024>


샌프란시스코 일기 

2024년 6월 21~30일





샌프란 일기 1


미국행은 두 번째다. 몇 년 전 뉴욕에 갔었고 타임스스퀘어에서 첫 해외 퍼포먼스를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일정이 바쁜 와중에 부랴부랴 짐을 싸고 준비하느라 빈틈이 많았는데 그래도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별 걱정이 없었다.


추가 수화물 초과 금만 80만 원을 낼 정도로 정말 많은 것을 챙겼다. 낑낑대며 짐을 부치려는 이때까지는 몰랐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체크인이 어려우세요”

”네????“


미국에 가려면 이스타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비행기표만 끊어놓아서 당장 체크인이 안 되는 것. 비자 관련 알고는 있었지만 아예 생각조차 안 하고 있던 부분이라 당황했다.


노트북 두 대를 켜놓고 이스타 사이트를 뒤지고 긴급 대행도 찾아보고 생난리를 쳤는데 한 번의 에러 뒤에는 접수조차 진행할 수 없었다.


주말인데다 비행기표 취소는 물론이고 뒤의 일정까지 영향이 컸던 터라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사실 반 포기하고 공항 안을 끊임없이 걸어 다녔다. 우습게도 오랜만의 산책이 즐거웠다. 요즘의 나는 산책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빴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서 절실하게 쉼이 필요했다. 우선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했으니 마음을 비웠다. 안되면 수수료 내고 내일 비행기를 타던지 그래 이참에 좀 쉬자.


공항 2층 식당에서 김치찌개에 고등어 백반을 먹고 있는데 극적으로 이스타 발급 성공 이메일이 도착했다. 비행기 출발 한 시간 전이었다.


공항에서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다 괜찮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내식 두 번 먹고 일어나니 드디어 눈부신 광량이 죽여주는 샌프란의 풍경이 창밖으로 지도처럼 보인다.


이곳의 날씨는 말 그대로 눈부시다.


나는 지금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 일기 2


도착하자마자 공원을 거닐었다. 눈부신 날씨. 샌프란의 하늘은 정말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다. 눈앞의 모든 자연과 사물이 빛난다.


기라 델리 솔트 맛 단잔 초콜릿을 입에 물고 달달하게 걷는 순간이 좋다.


샌프란시스코의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고 골목골목은 좁다. 실리콘밸리가 가까운 곳인 만큼 다양한 신기술을 만날 수 있다. 무인 택시를 타고 식당까지 이동했다. 허공에서 마구 돌아가는 핸들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다. 이런 시대를 사는구나.


나파밸리에 가서 와이너리 투어를 했다. 세 군데 정도를 자유롭게 돌았는데 가는곳마다 샌프란시스코의 거대한 자연이 그림처럼 다채로운 색감을 뽐낸다. 


Opus one은 드넓은 포도밭 지평선을 갖고 있다. 눈부신 포도밭 뷰를 바라보며 얇고 라인이 죽이는 잘 닦아 광나는 와인잔을 매만지며 이 시간을 만끽한다.


생산 연도가 각기 다른 와인 세 잔을 시음했다. 자부심 넘치게 종류는 하나다. 프랑스 샤또 무똥 노칠드와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가 함께 만든 나파밸리의 와이너리로 보르도 스타일과 나파밸리 스타일의 만남이 인상적이다. 


백발의 친절한 소믈리에 직원이 안내해주는 와인 공장, 포도밭 뷰를 보며 럭셔리한 공간에서의 시음에서 창고까지 이어지는 투어 코스가 매력적이다. 와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태도와 자세, 청결한 상태 정갈한 정리 모든 면에서 정말 일류다.


오늘의 나파밸리를 기억하고 싶어서 시음 중 좋았던 와인 하나를 구매했다. 감상에 젖어 이거 주세요 했는데 원화로 계산해보니 깜짝 놀랄만큼 엄청 비쌌다. 하지만 그만큼의 값을 치르고서라도 오래 누리고 기억하고 싶다.


숙소로 오는길에 금문교에 들러 인증샷도 찍고 어릴 때 봤던 트랜스포머를 추억했다. 길게 늘어선 차들을 보니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임을 실감하게 한다. 미친듯이 부는 바람에 금방이라도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짜릿함을 느꼈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널뛰기를 하니 대체 옷을 어느 장단에 맞추어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가벼운 감기에 걸린 것 같다. 





1. 미국인들은 양이 다르다. 왠만하면 포장을 하게된다. To go 문화도 잘 되어 있다. 길거리에 많은 이가 투고박스를 들고 다닌다.


2. 스시도 먹어보고 파스타도 먹어보고 이것저것 먹어봐도 역시 햄버거랑 피자가 제일 맛있다. 그 중 제일은 스테이크! 정말 여태껏 먹어 본 스테이크 중 역대급으로 맛있었다. 눈물 날 지경. HILL STONE


3. 샌프란 사람들은 주문 받을때 굉장히 나이스하다. 칭찬도 많이 해주고 리액션도 좋고 긍정적인 기분.


4. 특히 이번 여행은 아웃핏 칭찬이 많았다. this dress looks good on you / this outfit suits you 한복이냐며 계속 묻고 궁금해 한다.


5. 뭐 하나 집으면 우습게 2~3만원이 넘어간다. 롤김밥 한팩에 2만 5천원 감자칩 한 봉에 8천원 셋이 밥 한 번 먹었더니 19만원🤣 체감 물가 한국의 4~5배


6. 한국인이 많다. 길거리에서도 만나고 야구장에서도 만나고 관광지에서도 어디에나 한국인이 있다.


7. 민트잎을 띄워주는 커피가 있는데 텁텁하지 않고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 Philz coffee


8. 구글에 방문 했는데 스케일에 놀랐다. 밥도 공짜 커피도 공짜. 구글에 다니는 개발자 피셜 남편의 모습이 샌프란의 개발자들과너무 비슷하다고 코스프레 아니냐며🤣


9. 테슬라가 정말 많이 보인다. 사이버 트럭의 비쥬얼은 압도적


10. 조경이 정말 잘 되어 있다. 어느 집이나 심지어 주유소 앞도 식물들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다.


11. 생각보다 뚱뚱한 사람이 없다. 모두 늘씬하고 멋지고 근사하다. 조깅하는 사람도 많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를 지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한국인의 밤 Korean Heritage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라클 파크에서 붓글씨 퍼포먼스 했다. 한국인의 날을 맞아 주 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초청 덕분이다.


정말 많은 관중이 있었고 변수도 많았으며 정말 여태껏 해온 행사 중 가장 고되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만큼 보람과 기쁨도 컸다.


한국에서 쓰던 구조물 장비를 직접 다 챙겨오다 보니 크기나 무게가 초과되어 우버를 불러도 겨우 실을 수 있었고 야구장 입장 자체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장비며 물감 붓 등을 반출입 하는 것에 상당히 애먹었다.


어찌어찌 준비를 다 했으나 샌프란의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바닷바람에 테이블 위의 물감이 다 날아갈 정도였다. 시간은 타이트하고 전광판 카메라는 들이대고 시작도 하기 전에 옷에 벌써 물감이 잔뜩 떡칠 되어 우스웠다.


한국인의 날 행사였기 때문에 무궁화를 그리고 야구장 뒤의 바다, 그리고 시원하게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를 그렸다. 가운데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슬로건인 ”Nothing like it“ 을 크게 쓰고 마지막으로 키 컬러인 주황색으로 원을 그렸다.


야구장의 장점은 관중들의 환호성, 리액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말 반응이 좋았다. 그동안의 힘듦이 싹 잊혔다.


공연 후 한글 이름 써주기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어찌나 줄이 길었던지 100명 넘게 손글씨 이름을 받아 갔다. 수많은 이들의 이름을 적어주며 한 명 한 명과 인사와 행복을 나눈다.


정말 믿기지 않지만 몇몇 사람들은 구독자였다. 팬이라며 찾아오셔서 사진을 함께 찍었다. 정말 김소영 작가가 맞냐며 되묻기도 했다. 타국에서 만난 팬분들이 어찌나 고맙던지 핫초코를 사다 주기도 하고 어떤 분은 울먹이기도 하시니 정말 뭉클했다.


바람을 뚫고 붓을 가르고 글을 쓴다. 뒤로는 바다가 앞으로는 드넓은 야구장의 관중들. 울려 퍼지는 환호성, 한글이 오가는 야구장 한복판, 쏟아지는 사진 요청까지. 


오늘 전쟁 같던 기쁜 이 시간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