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를 알 수 없는 한복?


족보를 알 수 없는 한복?


전통 한복 한 번이라도 입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숨이 안 쉬어지고 불편하고 모든 행동에 제약이 따르는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운영중인데 댓글 중에 내가 입는 한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보인다. 


나는 붓글씨 공연을 하는 사람이다.


신체가 자유로워야 하고, 동작이 편안해야 하며, 힘차게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체형에 맞게 소재를 선택하고 디자인을 맞춰서 한복을 코디해 입는다. 대부분 ‘무용한복’이거나 ‘생활한복’이다.


‘전통한복’ 입고 붓글씨 퍼포먼스 하면 동작이 작아지고 숨도 잘 안 쉬어진다.


생활한복도 엄밀히 말하면 ‘한복’이 맞다. 왜 전통한복만 한복이라 불러야 하나? 한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전통한복이 있고 생활 한복이 있고 무용한복이 있는 것인데 전통한복만 한복이라 불러야 하는 법이라도 있는 걸까? 조선시대 양식만을 계승하고 고집하는 한복만 한복일까?


나는 소재가 개량되고 핏이 자유롭고 패턴도 멋진 요즘 신진 한복 브랜드들의 재해석된 생활한복을 사랑한다. 현대적이고 개성 넘치면서 입기 좋고 방식이 편한 데다 설명도 친절하다.


계속 조선시대 양식만을 고수해야만 한복일까? 그럼 한식은? 김치찌개에 스팸 들어가면 한식 아닌가? 김밥 라면 치킨은 한식 아닌가?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경계나 프레임으로 자유로운 창의성을 구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은 생명의 숨을 틀어막고 길을 막는 것이다. 전통을 지키는 사람도 있고 전통을 새롭게 발전시킬 사람도 있어야 한다. 모두는 필요하다. 지킬 사람과 나아가는 사람 어느 한 쪽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래야 정체되지 않고 어떤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한복 시장이 고착화되어 모두가 불편하고 입기 어려운 전통한복에만 몸을 맞추어 조신하게만 입고 다녀야만 진정한 한복 사랑일까?


보존과 계승, 발전과 성장은 다르다.


한복이라는 단어는 생활한복이든, 무용한복이든, 전통한복이든 포괄적으로 쓰게 해주고 격식에 따라 차려입고 보존해야 하는 한복은 ‘전통한복’이라고 분류해서 따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왜 새 시대의 창작을 가로막고 제한하고 폄하하는지 알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제약인가? 한복의 발전을 막는 것은 누구를 위한 일일까?


‘족보를 알 수 없는 한복’이라는 말을 한국인이 한다는 것이 놀랍다. 그동안 다녔던 외국에서는 내가 입은 생활한복을 보고 멋지다 부럽다 한국의 옷 한복이라고 칭하며 엄지척 했다. 


왜 같은 나라의 사람들이 국내 디자이너의 멋진 ‘한복’을 폄하하고 조롱하는가?


‘족보를 알 수 없는 한복’이 아니라 새롭고 창의적인 ‘새 시대의 한복’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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