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o.dosi] Intermission #1. Up to the Top 정상을 목표로


강원의 산은 선이 굵고 색이 진하다. 선이 굵다는 것은 험하다는 것이고 색이 진하다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산에 가면 낯선 이들과 기분 좋은 인사를 한다. 특히 정상에 가까워지면 다녀온 사람들이 하산하며 유독 밝은 분위기로 인사를 건네는데 행색은 산행으로 지쳐 너덜너덜해도 옆을 지나칠 때 내쉬는 건강한 숨과 충만한 표정에서는 성취감이 느껴진다. 서로가 겪는 고행을 공감하기에 진심으로 순수한 응원을 보낸다.


경험을 바탕으로 초심자 중급자 고급자 코스를 추천한다.


<초심자 코스, 괘방산 해발 33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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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체험 등산로 - 활터 - 전망대 - 삼우봉 - 당집 - 정상 - 정동진 해변으로 하산

4월의 괘방산은 봄의 옷을 입어 한껏 흐드러진 산의 색과 향기를 가득히 누리고 만끽할 수 있다. 초입부터 진달래와 개나리가 보란듯이 활짝 피어있다. 괘방산은 옛날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딘가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흙산이라 포슬포슬하게 밟는 느낌이 좋다. 배낭에 바리바리 음식을 싸서 오르는게 조금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산행을 하다보면 금새 배가 고파진다. 중간 중간 잠시 쉬어가며 간식을 꺼내 먹는 것도 등산에서 경험하는 하나의 묘미다. 그리고 산에서 먹는 것은 다 맛있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진짜다. 경험해보시라. 

괘방산은 정상석이 세워진 자리가 작고 아담한데다 풍경이 인상적이지 않아서 인증샷을 찍었을 때 약간 촌스럽게 느껴진다. 오히려 정상에 닿기 전 활공장 데크에서 바라보는 정동진 동해바다의 탁 트인 풍경이 시원하고 절경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찍는 등산 사진. 괘방산은 강릉의 바다와 산을 동시에 경험하는 특별함을 선물한다.



<중급자 코스, 대관령 해발 1,157m>74dfd81a308e2.png

대관령 숲길 안내센터 – KT송신소 – 선자령 – 샘터 - 국사성


황당 – 대관령 안내센터


주말 눈 덮인 선자령은 명소다. 강릉 시내에서 대관령 숲길 안내센터까지 차타고 30분을 굽이 굽이 들어가면 뽀얗고 하얀 그곳에 오르려는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 주차장이 보인다. 눈길에서는 반드시 등산용 아이젠을 신어야한다. 

안전을 위해서 신는 것이지만 미끄러운 길에 무력하게 비틀대며 자빠질듯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신는 순간 얼음 길을 아그작 아그작 거침없이 콜라의 얼음 씹어 먹듯 걷게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스틱을 두 손에 고정하고 경쾌하게 걸음을 시작한다. 상쾌한 공기가 시작되는 초입에서는 약하게 가쁜 숨이 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이 안정되고 뽀득대는 발걸음의 리듬을 즐기게 된다. 선자령은 정상석에서 바라보는 풍경보다 첩첩 산중 백두대간과 함께 하나의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풍력 발전기들이 즐비한 초원의 풍경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쯤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순간을 오래 담는다.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 버스에서 내리는 단체 등산객, 길 묻는 아줌마, 썬글라스 낀 서울 사람, 볼이 발갛게 얼어붙은 아이들. 눈 구경만큼 재밌는 등산객의 모습들은 풍경만큼 다채롭고 즐겁다. 

산에 가면 항상 중턱쯤에서 계절에 상관 없이 콧물이 찬다. 그래서 손수건이나 휴지를 꼭 챙겨야 한다. 챙기지 않으면 등산 내내 코가 불편해서 산행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어설프게 날씨가 풀린 봄의 시작쯤 선자령에 가게 되면 눈이 녹은 자리에 진흙 섞인 물웅덩이가 질척여서 신발과 옷은 진흙범벅이 된다. 차라리 얼어붙은 겨울 눈 산일 때 가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왕복 네 시간 걸음이면 몸과 마음이 뿌듯한 깨끗한 눈 산을 경험할 수 있다.






<고급자 코스, 설악산 해발 1,708m>


남설악탐방지원센터 – 설악폭포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소청대피소 – 희운각대피소 – 무너미고개 – 천당폭포 – 양폭대피소 – 귀면암 – 비선대계곡 – 신흥사 통일대불 – 설악동탐방지원센터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높은 설악산은 강원도 인제 고성 양양 속초에 걸쳐 있는 산으로 주봉인 대청봉 (1,708m)을 비롯해 700여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설악산이란 옛부터 신성하고 숭고한 산이라는 뜻에서 설산 또는 설봉산으로 불렸는데 가을부터 봄까지 항상 눈이 있고 바위가 많아 설악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돌로 이루어진 길이라 험하고 어렵지만 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이라 다음 발을 딛을 돌마다 발자국이 거뭇하게 묻어있어 그것을 보며 딛고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닳고 닳은 돌과 길이 마치 족보처럼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코스가 어려워 힘은 들지만 적어도 길을 잃을 일은 없다.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라는 말은 마치 판타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나 쓰는 장식적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설악산에 가면 정말로 구름 속을 걸을 수 있다. 구름 속은 촉촉하고 시원하며 부드럽다. 구름을 걷는 순간의 경험만으로 10시간의 산행이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여름에 찾는 것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한여름 땡볕에 설악산에 올라 꽤나 고생을 했다. 다음날 근육통은 물론이거니와 가벼운 탈수 증상도 경험 했다. 설악산은 든든하게 먹을 충분한 간식과 음식, 그리고 여유있게 물을 챙겨 가야 한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설악산은 반드시 충분히 산을 경험한 뒤에 오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초심자가 무리해서 첫 등산으로 설악산을 선택하게 된다면 두번 다시는 산 근처에도 얼씬하고 싶지 않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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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탄다는 것은 정상을 목표로 떠나는 짧은 여행이자 두 발로 땀 흘리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또렷한 성취다. 


휴일이면 등산복을 갖춰 입고 배낭에 스틱과 먹을 거리 물을 바리바리 챙겨 떠나는 일이 설레고 즐거웠다. 시간이 짧던 길던 코스가 쉽던 어렵던 땀 흘리고 부지런히 걸어 오르면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당연하게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성취감을 주는 큰 기쁨이다. 계획 할 수 있는 예상 가능한 행복이다. 스케쥴러에 표시된 등산 일정이 건강을 위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 예약된 행복인 이유다.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을 때면 산을 탄다. 예상 가능한 성취와 짧은 여행을 누릴 수 있으니까. 이 글을 쓰며 다음 행복을 예약 했다.




출처 : so.gangn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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