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일기>
김소영
님이 Therme Bucharest에 있습니다.
8월 21일 오후 2:41 ·부쿠레슈티, 루마니아
강릉에서 인천까지 4시간, 인천에서 10시간을 비행해 이스탄불, 이스탄불에서 다시 1시간을 날아 루마니아 부쿠레시티까지.
유럽은 멀지만, 먼 길을 비행해 온 만큼 정말 완전히 새로운 풍경을 선물해준다.
전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 낡고 오래된 건물들, 바깥 공기와 습도의 냄새까지 모든 것이 새로운 세계다.
의외로 생각보다 덥지는 않다. 딱 적당한 여름 날씨. 게다가 9시 가까이 되어도 여전히 밖은 환히 물들어 있다. 하루가 이틀 같고, 하늘은 색으로 눈부시다.
사실 나는 루마니아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는데, 지금 여기 온 지 3일이 지났어도 그것은 여전하다.
정말 1도 모르겠다. 사실 한글 공연과 워크숍으로 방문한 거라 여기에만 온 정신이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고 복잡했던 리허설. 현장 사람들과의 조율 과정에서 루마니아와 우리나라의 문화 차이도 느꼈다.
무사히 첫 공연을 마쳤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먼 타국에서 마주하는 한국인은 어쨌든 반갑고 따뜻하다.
북소리, 장구 소리도 괜히 더 신명나게 들리고, 왠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또한 더 소중해진다.
내가 방문한 곳은 한여름에 아름다운 스파 기업인데, 이곳에서 ‘코리안 데이즈’ 행사를 한다.
온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수영복을 입고 다니는데, 누구도 래시가드 따위는 입지 않는다.
정말 흥미로웠던 것은, 목발을 짚을 정도로 살이 찐 사람도,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사람도, 체형이 구부정하든 피부가 늘어지고 젖꼭지 색깔이 어떻든 간에 자유롭게 수영복을 입고 당당하게 걸어 다니며 사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점이 무엇보다 부럽달까, 놀라웠다.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개의치도 않고, 자신들의 시간을 즐긴다.
아직 루마니아 부쿠레시티에서의 일정이 7일 정도 남았다. 그동안 이 도시의 매력을 한껏 느껴보고 싶다.
안타깝게도 음식은 입에 맞지 않는다. 가장 맛있는 것은 요거트와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바른 아침 조식 빵 정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커피가 그립다. 입에 맞는 카페를 꼭 찾고 싶다!






김소영
님이 Therme București에 있습니다.
8월 26일 오후 6:41 ·루마니아 일포브주 Balotes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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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생방송 촬영을 위해 부랴부랴 숙소를 나섰다.
어제까지 그렇게 덥더니 해가 덜 뜬 이른 아침의 공기는 서늘했다. 두 팔을 스스로 감싸 쥐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차가웠다. 홑겹의 얇은 옷들만 챙겨온 탓에 큰 일교차 앞에서 콧물이 찔끔 나와 애먹었다.
오늘 촬영한 프로그램은 〈네아짜 꾸 러즈반 쉬 다니〉라는 아침 생방송이다. ‘러즈반’과 ‘다니’는 루마니아에서 아주 유명한 아침 방송 진행자의 이름이다.
이번 루마니아 일정 동안 지금까지 여섯 번의 공연을 치렀고 공연이 끝난 자리에서 4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었다.
루마니아 땅에 이만큼 많은 한글의 씨앗을 뿌리고 작은 꽃을 피우고 간다는 사실이 참으로 의미 있게 다가온다. 몸은 힘들고 피곤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환경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조금 속상할 뿐이다.
특히 오늘 마음에 남은 건 ‘슈퍼 네아짜’ (Super neața)라는 말이다. 직역하면 ‘아주 좋은 아침!’이지만 현지의 뉘앙스는 굿모닝, 완전 좋아! 같은 발랄한 인사였다.
이 문장을 한글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장미꽃을 함께 그려 넣으니 루마니아어와 한글이 나란히 어우러져 특별한 장면이 되었다.
먼 타국에서 붓을 들어 한글을 쓰는 일은 언제나 깊은 의미를 남긴다.
바람 불고 몸은 지쳐도 소중한 기회가 주어지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마음은 든든하고 행복하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곁을 지키는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지.





김소영
님이 Romania Bucharest에 있습니다.
8월 28일 오전 4:52 ·부쿠레슈티, 루마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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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저녁 여덟 시가 넘어야 해가 진다. 마지막 갈라 공연 직전까지 해가 지지 않아, 캔버스 앞에 설치된 조명과 천막 그림자가 흰 천 위로 아른거렸다.
다행히 내빈 소개가 길어져 시작 시간이 늦어지면서, 내가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거짓말처럼 그림자가 깨끗이 사라졌다.
은은하게 물드는 하늘 아래 ‘물결’이라는 글자와 넘실대는 파도를 표현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의 모든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큰 마음을 담아낸 순간이었다.
이번 일정 동안 나는 총 7번의 공연을 치렀다.
메인 무대에서 <사람>, <치유>, <쉼과 회복>
또 다른 공간인 갤럭시 무대에서는 <연결>, <생명의 숨결>, <빛>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갈라 디너에서는 <물결>이라는 주제로 파도와 생명의 흐름을 그려냈다.
공연마다 주제는 달랐지만, 모두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낯선 땅에서 한글과 마음을 전하는 여정이었다.
공연을 마쳤을 때, 지난 며칠간 뙤약볕 아래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써 내려간 한글의 모양, 그 모든 불안과 설렘이 뒤섞여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함께한 사람들과도 애틋한 고마움이 오가며 고생한 추억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번 여정은 지금껏 경험한 해외 일정 중 가장 길고 가장 힘든 릴레이 공연과 워크숍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수백 장의 한글 이름 엽서를 남길 수 있었고 일곱 점의 작품을 루마니아에 남기고 갈 수 있었다.
내가 공연했던 작품들은 이곳에 머무는 내내 전시되었고 마지막 공연을 관람한 Therme 본사 회장님께서 모든 작품을 자신의 별장에 전시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다.
무엇보다, 함께 눈 맞추고 이름을 나누며 손으로 적어 수없이 건넨 순간들이 오래도록 추억될 것 같다.
소중한 시간, 의미 있는 작업,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고마운 루마니아. 함께해 주신 모든 코리아데이즈 팀에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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