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애틀란타 일기 <2025>

2025년 8월 25일



애틀란타, 하늘과 붓


루마니아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애틀란타까지, 꼬박 15시간의 비행이었다.

이 먼 길을 달려온 이유는 단 하나, 2025 ITS 강릉 발표 폐막식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애틀란타 공항에 발을 내딛자 눈부신 하늘이 나를 맞이했다. 미세먼지 없는 투명한 공기, 흘러가는 구름, 햇살이 뿌려놓은 축복 같은 빛. 그 맑은 하늘은, 먼 여정을 견뎌낸 나를 다독이는 듯했다.




내가 살고 글씨당이 뿌리내린 강릉을 대표해 붓을 든다는 사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명예다. 고된 비행을 견딜 힘을 주는 명분이자, 이 길 위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였다.


해외 무대는 언제나 변수와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캔버스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리허설, 입장 직전까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다. 더구나 직전 시상식이 일찍 끝나는 바람에 준비도 완벽히 끝내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호명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붓을 드는 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관객들의 호응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그 열기가 나를 지탱했다.


전 세계의 사람들 앞에서 ‘강릉’ 두 글자를 크게 써 내려갈 때, 그 짜릿한 감각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달과 지구, 세계를 잇는 큰 선을 붓으로 그으며 내 존재를 힘껏 밀어 넣었다. 그 순간, 환호는 곧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증거가 되었다. 나는 이 여정을 값지고 행복하다고 부를 수밖에 없다.


애틀란타에서 머무는 동안 우버를 여러 번 탔다. 기사 대부분은 흑인이었고, 여성 기사도 있었다. 그들은 짐을 들어주거나 트렁크를 도와주지는 않았지만, 당당하고 자연스러웠다. 공항에서 처음 만난 우버 기사는 달랐다. 테슬라 트렁크에 캐리어 여섯 개를 욱여넣으며 끝까지 도와주었다. “다음에는 큰 차를 부르라”는 말과 함께 남긴 친절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도시에서 만난 모든 얼굴들이 흑인이었다. 호텔 직원, 카페 서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사람, 길거리의 노숙인까지. 나중에야 알았다. 애틀란타는 미국 안에서도 흑인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라는 사실을. 흥얼거리며 노래하는 모습, 관광지에서 몸을 흔들며 춤추는 모습, 스쳐가는 순간마다 건네는 미소와 인사가 도시 전체를 따뜻하게 감쌌다.


코카콜라 박물관은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비밀 레시피, 향의 세계, 전 세계 음료 시음, 그리고 역대 로고와 슬로건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흐름 속에서 코카콜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마지막 공간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굿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새빨간 맨투맨 티셔츠 하나를 집어 들었다. 비행기 안에서 입었을 때의 따뜻함과 편안함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사길 잘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미국에서 경험한 모든 것은 거대했다. 물컵 하나, 화장실 하나, 트럭 한 대까지도 크고 단단했다. 그 완성도의 묵직한 밀도 앞에서, 나는 잠시 난쟁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애틀란타의 크래프트 비어는 놀랍게도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맥주와 닮아 있었다. 장작 향이 가득 배인 브리스킷 바비큐와 함께하니 완벽한 조화였다. 코울슬로의 아삭한 식감이 더해지자, 입안은 작은 축제가 되었다.


출국 전, 공항 식당 Ecco에서 라스트 오더로 먹은 파스타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탱탱한 새우와 부드러운 크림 소스, 진한 볼로네제 소스가 생면에 감겨 들어오는 순간, 접시가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타코나 버거로 대신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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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델타 항공 안에서, 한 한국인 승무원과 스몰토크를 나눴다. 미국에서 50년을 살고, 30년을 승무원으로 일해왔다던 그녀. “아직도 비행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따뜻한 커피와 간식, 작은 챙김 속에서, 낯선 땅에서 만난 같은 뿌리의 온기를 느꼈다. 귀국길 내내 마음이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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