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시드니 일기 <2025>
<시드니 일기>

시드니의 하루는 아침 일찍 열리고 이른 저녁에 닫힌다.
나는 이 점이 참 좋았다.
평소에도 밤 9시 반쯤이면 잠들고 새벽 6시 반쯤 눈을 뜬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나의 생체 리듬이다.
밤을 새우거나 늦게까지 깨어 있는 일은 늘 괴롭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래서인지 시드니의 하루가 반가웠다.
아침은 분명하게 시작되고 저녁이 되면 얄짤없이 셔터를 내린다. 휴일에는 돈을 더 받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라서일까.
상점에 들어서면 어디에서나
부드럽게 웃으며 안부를 묻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 얼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최저시급이 2만 5천 원이라서 그런 걸까(?)
왜 이 나라의 사람들은 이렇게 평화롭게 웃고 친절하게 서로를 배려할 수 있을까.
어쨌든 그런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나 역시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괜히 쑥스럽기도 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일이 아직은 낯설어서였겠지.
하지만 며칠 지나니 그것도 자연스러워졌다.
본다이 비치 절벽을 따라 트래킹을 하며 이국적인 색을 보니 여행이 실감난다.
개운하고 청량한 파도 소리 사이로 스쳐 가는 다양한 인종의 얼굴들, 단 하나도 같지 않은 모습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가 섞인 길 위를 걷는 일이 흥미로웠다.
호주에만 산다는 코알라가 풀을 뜯는 모습,
왈라비가 허겁지겁 먹이를 먹는 모습,
꽥꽥 소리를 내는 앵무새와
화려한 부리를 가진 여러 새들까지
모두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어디를 가든 치즈와 육고기가 유난히 맛있었다. 사워도우 위에 염소치즈를 바르고 토마토를 올린 샌드위치, 우드파이어로 구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와규, 그리고 뜻밖의 말레이시아 꼬치까지. 고기가 신선해서인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요치라는 요거트 가게는 무게를 재서 값을 매기는 방식인데 이곳의 요거트는 정말 유난히 맛있었다.
토핑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아사이 맛과 초코 맛은 특히 취향에 맞아 한국에 돌아가서도 종종 생각날 것 같다.
사람은 참 많았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고 마시려면 줄을 서야 했다.
상점은 적고, 사람은 많다.
바글거리는 세계인들 틈에 섞여 요거트를 퍼먹고, 커피를 마시고, 거리를 걷고, 트램을 타는 모든 시간이 이상하게도 즐거웠다.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거리는 조용해진다.
이른 아침에 시작되고 시간이 되면 고요하게 닫히는 시드니의 리듬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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